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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효창원은 해방 후 독립운동가 묘역을 우리 땅에 처음으로 조성한 의미깊은 곳이다. 삼의사 묘역에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세 분과 안중근 묘역자리'를 마련했고 임시정부요인 묘역에는 '차리석, 조성환, 이동녕 세 분'을 모셨다. 뒤이어 효창원 묘역 조성을 주도했던 '백범 김구 묘역'이 마지막으로 자리했다.
이승만 정권은 이러한 효창원을 폄훼하고자 친일파 임흥순을 서울시장에 내세워 묘역 앞에 효창운동장을 지었다. 효창운동장이 늘 철거대상으로 지목받아온 배경이다.
60년 넘게 이어져 온 효창운동장 입지 문제를 해결하고, 효창원을 독립운동 역사성에 걸맞은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논의가 올해부터 국가보훈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논의된 바에 따르면 운동장을 그대로 존치하고 조명탑, 스탠드 철거 등 규모를 축소해 재구조화 한다는 방침이다.
독립운동에 뿌리를 둔 대한민국이라면 '친일파 출신 인사가 독립운동가 묘역을 폄훼한' 역사가 명백한 효창운동장을 완전히 철거하는 게 독립정신을 올바로 계승하는 것 아닌가? 이 역사를 뻔히 알면서 운동장이 존치해도 규모를 축소하면 효창원의 독립정신이 구현된다 말하는 자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민주사회에서 대화와 타협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절대로 타협할 수 없고 타협해선 안 되는 가치도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이광수, 최남선의 효창원이지 윤봉길, 안중근, 김구의 효창원이 아니다.
2021년 11월 5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었다. 홍범도 장군상 철거, 독립기념관장의 역사왜곡 발언 등 숱하게 독립운동사를 뒤흔든 정권이 잉태한 게 다른 곳도 아닌 효창원이다. 소위 민주·진보진영의 기성세대가 하고있는 효창원 논의와 윤석열 정권의 역사왜곡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지금의 효창원 논의는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던 내용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친일파가 앞장서 독립운동가 묘역을 폄훼하기 위해 만든 운동장’이라는 맥락을 따져보았을 때 운동장이 존치하는 재구조화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아무런 성찰도 없이 지난 논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니, 의지는 있으나 무능하거나 의지도 없으면서 시늉만 하고 있을 따름이다.
역사왜곡이 역사정의로 둔갑하고, 변절은 결단이 되어 거짓을 진실인냥 효창원 조성을 논의했으니, 그 모순의 틈을 비집고 종국에는 내란을 일으키며 헌정질서까지 유린한 정권이 다른 곳도 아닌 효창원에서 탄생한 것 아닌가.
이해도 공감도 안 되는 효창원 논의를 보며 민주·진보를 말하는 기성세대가 전혀 진보적이지 않음을 다시금 느낀다. 진보는 모순을 개혁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라는데 운동장이 존치한 효창원 어디에 개혁이, 새롭고 더 나은 미래가 있는가.
진보는 미래고 미래는 청년들의 것인데 그 청년들이 진보를 말하는 기성세대를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의 효창원 논의는 민주·진보진영의 기성세대가 왜 청년들에게 외면받는지 청년들의 명확한 안목을 방증한다.
백번 양보해 진보는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아닌 걸 맞다며 왜곡하지는 말자. 운동장이 있어 문제 되는 곳인데 운동장을 존치한 재구조화라니. 호박에 줄 그으면 수박인가.
운동장이 존치한 재구조화 논의에 내재한 모순을 알면서도, 아는지 모르는지 효창원과 독립정신을 함께 입에 담는 집권여당, 시민사회의 기성세대를 보며 가히 ‘위선’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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