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시선] 촛불의 완성, 민회의 출발- 직접민주주의마을공화국 전국민회의 출발을 보며 -한국의 근현대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외세에 의해 강제적으로 국경이 열린 이후로 식민지, 분단, 전쟁, 군사독재, 시장독재 등 세계사에서도 한반도만큼 다양한 곤경과 부침을 겪은 나라도 드물어 보인다. 최근에 들여다보고 있는 핀란드가 우리와 비슷한 역사적 곤경을 겪었지만, 핀란드는 유엔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3년 연속 선정되었고, 한국사회는 여전히 ‘헬조선, 집단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총재였던 크리스티안 리카르드의 눈에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인 나라에서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세계 최고의 노인자살이 이해할 수가 없어 집단자살사회라는 충격적인 용어를 사용했다. 혹자는 우리 사회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성취했으니 선전국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진단을 내놓기도 하지만, 아직은 김칫국 마시기에 가깝다. 지난해 출산율은 0.84로 아마도 인류역사상 최저의 수치를 기록했고, 65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율은 여전히 OECD평균의 세배에 달한다. 개항이후 시장독재로 이어지는 150여년의 역사에서 시민들의 저항도 만만치는 않았지만, 모두 미완의 혁명으로 끝나고 말았다. 동학농민들의 저항에서 최근의 촛불시민들의 항쟁까지. 그 결과가 더 이상 젊은이들은 아이를 낳지 않고, 노인들의 스스로 생명을 놓아버리는 집단자살공화국이라는 슬픈 현실이다. 촛불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에 많은 기대를 걸었고 지금도 놓지는 않고 있지만, 지난 역사의 궤도에서 크게 벗어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혁명적인 시도들이 꽃을 피우지 못하고 미완으로 끝나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제대로 된 혁명은 세계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혁명적 시도의 마지막 결실을 어떻게 맺느냐가 그 사회의 행복과 미래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사회는 그런 측면에서 오랫동안 한국축구가 보여주었던, 문전 앞에서 골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똥 볼을 차버리는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골로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은 담대한 정신, 숙련된 기술, 선수들과의 팀웍이 평소에 갖춰지지 않으면 제대로 된 마무리는 하기 어렵다. 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2017년 3월 박근혜 정부를 탄핵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려고 할 때, 김누리 교수는 한 신문에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라는 글을 썼다. 그가 보기에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속절없이 무너진 것은 한국사회가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사회는 형식적인 민주주의 제도만 있지, 강한 자아를 가진 민주주의자는 드물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 글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지인들과 공유를 했다. 우리사회는 제법 배부른 사회는 됐지만, 강한 자아를 가진 시민들을 양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 결과 매년 유엔SDSN에서 발표하는 지표에서 바로 드러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기대수명 10위, 1인당 국민소득 27위를 차지했는데, 비교적 상위권에 해당한다. 반면에 관용과 부정부패는 각각 81위, 사회적 신뢰는 99위를 차지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더구나 ‘삶 선택의 자유’는 140위에 그쳐 조사 대상 153개 국가 중에서 거의 바닥 수준에 머물렀다. 약한 자아와 열악한 사회안전망은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 강한 자아를 가진 민주주의자들이 곳곳에서 등장하지 않는다면, 촛불과 같은 한국 사회의 혁명적인 시도들은 미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두 번의 패전과 몰락을 경험했던 독일은 다시 그런 과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들을 민주주의자로 키우는 것이 최선임을 인식하고 연방정치교육원을 설치하고 보이텔스바흐 사회협약을 맺었다. 우리 사회도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시민들이 민주주의자로 거듭나게 하는 일이지만, 지금의 국가와 교육부는 여전히 뜻도, 방향이 없다. 결국 시민들이 풍찬노숙하면서 좀더 강하게 요구를 하고, 스스로 대안을 만들면서, 그것을 할 수 있는 공화국과 정부를 만드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직접민주주의와 마을공화국을 두 기둥으로 하는 ‘직접민주주의 마을공화국 전국민회’를 준비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을 일상화하고 지역화 할 수 있는 야심찬 기획이지만, 제대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한국사회에서는 민주주의자가 드물고, 마을과 지역에서 아직은 이렇다 할 자치모델을 만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길 말고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3번이나 민주적인 정부를 만들어 많은 권력을 위임했지만, 집단자살공화국의 역사를 끊고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북유럽을 복지국가, 행복사회로 만드는 데는 노동운동과 사민당 정부가 크게 기여를 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여기에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담대한 정신과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술, 노동자들끼리도 연대하지 못하는 팀웍의 부재 등 갖춰야 할 것들이 너무 많지만 여전히 여기에 민감하지 않고 느리다. 노동에서 당장에 희망을 찾기 힘들다면, 시선을 돌려 지역과 마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국에는 3500개의 읍면동이 있다. 읍면동은 주민들이 일상을 공유하는 생활공간이지만, 자치의 여지는 별로 없다. 주민들이 스스로 대표자를 뽑을 수도, 마을계획을 세울 수도, 필요한 재정을 쓸 수도 없다. 무엇보다 자치가 필요한 공간이지만, 여전히 국가와 행정기관의 통치대상일 뿐이다. 주민들이 실질적인 자치를 할 수 있는 적절한 규모가 현재의 읍면동이지만, 1961년 박정희가 쿠데타로 집권하고서 읍면동 자치권을 없애버린 이후 60년 동안 부활하지 못하고 있다. 1945년에 국가는 해방되었지만, 주민들의 생활세계는 여전히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 직접민주주의로 만드는 마을공화국 생활세계의 식민화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삶을 회복하자는 것이 ‘마을공화국’이다. 공화국이 되려면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고, 재정을 확보하고, 대표를 뽑아야 하지만 현재의 권력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중앙정부와 행정기관들이 순순히 돌려줄지는 의문이다. 다양한 이유와 핑계를 대며 쉽게 돌려주지 않겠지만, 돌려받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스스로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민주주의자가 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런 민주주의는 엘리트를 뽑아 권력을 맡기는 대의민주주의로는 부족하며, 시민들 스스로가 직접민주주의자가 되는 수밖에는 없다.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적 근거를 제시했던 장 자크 루소는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날 하루만 자유롭다’고 했다. 자유와 행복을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민주주의자, 특히 직접민주주의가 되는 길이 가장 빠르고 적절하다. 민주주의가 되기 위해서는 강한 자아, 타인과의 공감과 소통능력,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감수성, 사회에 대한 이해와 판단력 등 많은 시민적 덕성과 능력이 요구되지만, 평생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교육과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다. 주민들이 직접민주주를 실천하고, 마을공화국을 만들어가면서 주민들은 좌충우돌하면서 이런저런 평지풍파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은 왕양명이 제시했던 ‘사상마련’(事上磨鍊, 일속에서 스스로를 단련한다)의 공부론을 위안삼아 나가길 기대해 본다. 3500개 읍면동 중에 1%, 아니 0.1%만 제대로 된 마을공화국이 나와도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서너 개의 마을공화국의 좋은 모델만 나와도 전파력이 강한 한국사회에서는 일파만파로 번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첫발을 내딛는 이들의 담대한 상상력, 공감과 연대, 실질과 실용의 태도 등이 봄꽃처럼 활짝 피기를 기대한다. 다시 보니 포스터가 의미심장하다. 촛불을 통해 수많은 꽃들이 피어나는 모습이 봄날 열리는 ‘직접민주주의마을공화국 전국민회’의 모습을 상징하는데 꼭 맞다. 주민들이 자치권을 빼앗긴 지 한 갑자(60년)만에 다시 주민자치회복의 깃발은 든 것은 의미가 크다. 빼앗긴 들판을 다시 찾겠다는 봄날의 몸부림이다.
![]() 전국민회 발족식 참석하기 (3월 17일 18시 마감)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PZA9-igxJbFVSqoIhp0AzRUPaoSHQ11u6dEkhVOcSm_4akg/viewform
전국민회 준비위원 신청하기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i-mabk_e25zQnG73_obWsaiLN1MBdU5_xRRAUKwsnC9OELQ/viewform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직접민주주의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