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보통 사람들은 더 살기 힘들어지는가?” 코로나 정국에서 자영업자, 노동자, 농민, 비정규직, 어느 직종에 종사하든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가 어려운 현실이지만 갈수록 경제 불평등은 유독 악화되고만 있는 것인가 의문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에 '직접민주주의뉴스'는 2021 신축년을 맞이하여 ‘자치·자급·자연, 의료, 부동산, 사회문제, 교육, 농업, 정치, 남북문제, 여성아동, 노동, 문화, 경제, 복지, 쳥년미래’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새해부터 달라져야 할 문제점들을 오피니언들의 기고문을 통해 함께 진단하고 논의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게재합니다. - 직민뉴스 편집자 주 주민자치회는 행정에 예속되어 아직 들러리 역할에 머무르고 있어 다행히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1월 29일「주민자치 기본법안」,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민의힘’당은2021년 2월 9일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국회에 발의했다.
〈차례〉 Ⅰ. 들어가며 Ⅱ. 대한민국의 자화상과 마을공화국 Ⅲ. 마을공화국의 경제적 기반, 마을기금 Ⅵ. 기본법안과 법률안 검토 Ⅴ. 마치며
Ⅰ. 들어가며 정부는 풀뿌리자치 활성화를 위해 2013년 5월 전국적으로 31개 읍ㆍ면ㆍ동을 선정하여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그 뒤 범위를 점차 확대하여 2020년 6월 말 기준으로 118개 시ㆍ군ㆍ자치구 626개 읍ㆍ면ㆍ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시범적으로 설립ㆍ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자치회가 시작된 지 7년이나 지났음에도 아직도 ‘시범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주민자치회의 설치ㆍ운영 등에 대한 제대로 된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시범사업에서 벗어나 주민자치회 제도를 확고하게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시범사업 중인 주민자치회 자체에 대해서도 아무런 자치권이 없어 무늬만 주민자치라는 비판이 크다. 실제 운영상황을 보면 사실상 담당 공무원 등이 주민자치회 활동 대부분을 주도하고 있고 주민자치회는 자율성을 상실한 채 행정에 예속되어 행정의 들러리에 그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주민자치기구로서 기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주민자치의 실질화를 위해서는 주민자치회의 기능과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입법화 요구에 정치권이 호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2021년 1월 29일 주민자치회 설치 근거와 구체적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함을 명기한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라고 한다)과 읍ㆍ면ㆍ동 풀뿌리자치 활성화를 위하여 주민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민총회와 집행기구인 주민자치회를 설치ㆍ운영하는 내용의 「주민자치 기본법안」(이하 ‘기본법안’이라고 한다)을, 국민의 힘 쪽에서는 2021년 2월 9일 조선의 향회조규를 오늘에 맞도록 되살려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은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률안’이라고 한다)을 각각 국회에 발의했다. 우리나라의 양대 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소속 국회의원들이 각각 주민자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는 주민자치의 실질화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글에서는 우선 마을공화국을 소개하고, 다음으로 기본법안과 법률안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글의 순서는 첫째, 민주공화국을 지향하나 실질은 엘리트제국인 대한민국의 실상을 다루고 대한민국을 참된 민주공화국으로 만드는 방안으로 마을공화국을 조망한다. 둘째, 마을공화국의 3대 조직 중 하나인 마을기금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살펴본다. 셋째,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하나 마을공화국의 제도화 방안으로 볼 수 있는 기본법안과 법률안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을 검토하고 나름 대안을 제시해 본다.
Ⅱ. 대한민국의 자화상과 마을공화국 1. 대한민국의 자화상 우리나라는 고도로 중앙집권적인 단일국가다. 중앙정부는 블랙홀처럼 모든 권력을 빨아들여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이에 반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은 미미하기 짝이 없고, 주민자치의 토대가 되는 읍·면·동은 아예 자치권조차 없는 실정이다. 그리하여 사람과 돈이 중앙으로 질주하고 있다.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총인구의 50%, 상장법인의 72%, 총예금의 70%가 몰려 있다. 중앙정부의 통치구조 또한 권력 집중형으로 되어 있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할 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마땅한 방안을 찾기가 어렵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 대통령을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등만 당선이 되는 소선거구제·다수대표제로 인해 거대 양당 과두체제가 구축됨에 따라 사회적 약자의 이해를 반영하는데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 그 결과 집권을 목표로 하는 거대 양당 간 권력투쟁이 더욱 격화되면서 대결과 적대의 정치가 만연하고 있다. 경제면을 보면, 부의 집중은 심각한 수준이다. IMF 이후 소득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The World Wealth and Income Data Base’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1970~97년까지는 7%대를 유지하다가 외환위기 이후 2002년 9.16%, 2008년 11.38%로, 2012년에는 12.23% 등 계속 상승하고 있다. 1인당 평균 소득이 100만 원이라면 상위 1%의 소득은 1997년까지는 700만 원이었으나, 2002년 916만 원, 2008년 1,138만 원, 2012년에는 1,223만 원으로 점차 상승한다는 것이다. 계층 간의 소득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재산 격차도 역시 계속 벌어지고 있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상위 10%의 자산은 63%에서 66%로 증가한 반면 하위 50%의 자산은 2.3%에서 1.7%로 감소했다. 부의 축적에서 상속이 기여한 비중이 1980년대에는 연평균 27%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에는 42%까지 올라갔다. 고용구조 역시 양극화되고 있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기업 종사자 중 대기업 종사자 비율은 23%에 불과하고, 나머지 77%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데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대기업의 62.2%에 불과하다. 참고로 1980년대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대기업의 90% 이상이었다. 비정규직 문제 또한 심각하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약 46%, 즉 거의 절반이 비정규직인데. 2014년 기준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중소기업의 경우 68.4%, 대기업의 경우 66.1%에 불과하다. 그로 인해 2014년 기준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40.7%에 불과하다. 한편, 모든 권한이 오너에게 집중되는 재벌의 지배구조로 인해 땅콩회항, 상습폭행 등 재벌 일가의 전횡이 끊이지 않고 있고,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등 경제민주화의 길도 요원하기만 하다. 현실이 이러다 보니 대한민국 청년들은 자신들을 3포 세대, 5포 세대. 7포 세대, N포 세대라고 부르며 절망한다. 3포 세대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5포 세대는 3포는 물론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세대다. 5포에 더해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세대가 7포 세대다. N포 세대는 아예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다. 이처럼 현실에 절망한 청년들은 적성과 소질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안정적인 직장만 선호하다 보니 청년층 선호 직업으로는 공무원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은 2017년 기준으로 44만 명이나 되어 취업준비생의 40%까지 차지한다. 수많은 청년들이 소위 공시족이 되어 고시원에서 기약 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 청년들은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자살률과 출산율을 보면 그 말이 빈말이 아님을 실감한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1990년대에는 인구 10만 명당 10명 수준에 머물렀다. 물론 그 정도도 결코 낮은 자살률은 아니다. 하지만 그 후 자살률은 계속 치솟아 2014년에는 자살률이 10만 명당 29.1명까지 올라갔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지난 10여 년 이상 거의 매년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출산율을 보면 1970년에는 4.53명이나 되었다. 그러나 2006년 1.132%, 2014년 1.205명, 2017년 1.052명으로 계속 떨어졌다. 2020년에는 0.84%를 기록했다. 출산율 역시 20년 동안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OECD 국가 중 가장 죽고 싶은 나라, 가장 태어나기 싫은 나라, 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자살률과 출산율보다 헬조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있을까 헌법은 제1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이란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 시민의 통치(민주)와 지배로부터 자유(공화)가 실현되는 나라다. 그래서 누구나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나라, 모두가 존엄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나라가 민주공화국이다. 그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왜 가장 죽고 싶은 나라, 가장 태어나기 싫은 나라가 되었을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청년들은 절망하며 헬조선을 외치는 것일까 필자는 그 원인을 집중모순에서 찾는다. 집중모순이란 소수의 중앙 엘리트에게 권력과 부가 집중되어 생기는 모순을 말한다. 집중모순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실상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의 중앙엘리트가 권력과 부를 장악하여 나머지 다수를 지배하는 스카이캐슬의 나라, 엘리트 제국으로 변질된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는 가장 죽고 싶은 나라, 가장 태어나기 싫은 나라인 헬조선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2. 집중모순의 해법, 마을공화국 바로 이 대목에서 ‘마을공화국’이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을공화국은 오래된 미래다. 마을공화국은 지배가 없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향한 인류의 오랜 염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중세의 교부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이 합리적이고 자족하는 존재라면 소규모의 자립적인 국가, 즉 마을공화국을 무수하게 건설하여 평화롭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공화국의 꿈은 그보다 멀리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은 열망으로 인류 최초로 ‘폴리스(polis)’라는 마을공화국을 창안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활짝 꽃피웠던 마을공화국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원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득한 옛날 고조선 이전의 고을나라로부터 시작하여 근대 동학의 집강소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물줄기 곳곳마다 마을공화국의 맹아적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 집중모순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마을공화국이란 읍ㆍ면ㆍ동 단위의 작은 공화국을 말한다.
주민 스스로 마을헌법(자치규약)을 만들고 자율적으로 마을정부와 마을기금을 운영하며 수준 높게 자치를 누리는 읍ㆍ면ㆍ동 마을공동체가 마을공화국이다. 우리나라에는 3,500개의 읍ㆍ면ㆍ동이라는 마을이 있다, 만일 전국의 마을 하나하나가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는 마을공화국으로 탈바꿈한다면 집중모순으로 중앙에 쏠린 권력과 부는 전국 3,500개 읍ㆍ면ㆍ동으로 골고루 분산될 것이다. 그 경우 3,500개 읍ㆍ면ㆍ동 주민 모두가 권력과 부를 고르게 누리며 스스로를 다스리고 다른 이에게 부림을 받지 않는 주권자의 존엄을 가지며 살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권력과 자본의 지배를 받는 피지배자인 백성의 삶이 아니라 권력과 부를 다스리는 주권자인 시민의 삶을 당당하게 누리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나라는 참다운 민주공화국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마을공화국’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그것은 마을공화국을 제도화하는 법률이 제정되어야 가능하다. 이에 3ㆍ1민회에서는 2019년 7월 24일 자체적으로 「주민자치기본법안」을 마련하고 현재 그 입법화를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민회’가 마련한 「주민자치기본법안」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 법안의 특징으로는 읍ㆍ면ㆍ동 주민에게 주민정부를 세울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그 권리를 실현하는 절차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법안대로 주민자치기본법이 제정ㆍ시행되어도 읍ㆍ면ㆍ동 자치가 붕어빵 찍듯 전국 3,500개 읍ㆍ면ㆍ동에서 일률적으로 실시되지는 않습니다. 이 법안은 읍ㆍ면ㆍ동 자치를 할 것인지 여부, 읍ㆍ면ㆍ동 자치를 한다면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 여부를 주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민자치기본법이 제정ㆍ시행되는 경우 전국 3,500개 읍ㆍ면ㆍ동 중에서 주민이 자치를 원하는 곳만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정부조례(읍ㆍ면ㆍ동 헌법)를 제정하고 자치정부를 설치하여 운영합니다. 주민기금의 설치ㆍ운용 여부 역시 읍ㆍ면ㆍ동 주민의 선택에 따릅니다. 즉, 주민자치기본법이 제정ㆍ시행되더라도 자치역량이 부족하다고 여기거나 자치의지가 없는 읍ㆍ면ㆍ동은 현행 제도를 따르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자치를 원하는 읍ㆍ면ㆍ동은 고도의 자치를 누리는 마을공화국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3. 마을공화국의 3대 조직 마을공화국의 3대 조직으로는 ‘마을정부’, ‘마을기금’, ‘추첨민회’를 들 수 있다. 마을공화국은 읍ㆍ면ㆍ동 주민이 스스로 마을헌법(자치규약)을 제정하고 그에 기반하여 스스로 마을정부를 구성ㆍ운영할 때 실현된다. 마을정부의 후보로는 일단 주민자치회를 들 수 있으나 현행 주민자치회는 ‘자기입법권’과 ‘자기통제권’이 없어 명목상의 주민자치에 불과하다. 따라서 법률로 읍ㆍ면ㆍ동 주민에게 ‘자기입법권’과 ‘자기통제권’을 부여하여 읍ㆍ면ㆍ동 주민 스스로 법인격과 자치권을 갖는 마을정부를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무늬만 주민자치가 아닌 명실상부한 주민자치가 실현된다. 마을정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이만 줄인다. '마을기금’이란 읍ㆍ면ㆍ동 주민이 총유적으로 소유하고 자주적으로 관리하는 주민 공동자산을 말한다. 마을기금에 대해서는 별도의 항목으로 설명하겠다. 마을자치의 근간은 헌법과 법률, 조례로 정해지므로 마을자치를 촉진시키는 근본적인 방안은 마을자치와 관련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결정 과정에 마을 대표들을 직접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양원제 도입을 전제로 하여 마을대표형 상원의 일종인 추첨민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추첨민회의 구성은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시ㆍ군ㆍ구 민회를, 광역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시ㆍ도 민회를, 국가 차원에서 국가 민회를 각각 둔다. 다만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에는 시ㆍ군ㆍ구 민회를 두지 않는다. 시ㆍ군ㆍ구 민회의 의원 수는 해당 시ㆍ군ㆍ구 관할의 읍ㆍ면ㆍ동의 수로 하고, 해당 읍ㆍ면ㆍ동 주민 중 주민자치위원 경험이 있는 사람 1명씩을 추첨으로 선정한다. 예컨대, 고양시의 경우 39개 동이 있으므로 고양시 민회의 의원 수는 39명으로 하고 39개 동마다 주민자치위원 경험이 있는 사람 1명씩을 추첨으로 선정한다. 시ㆍ도 민회의 의원 수는 해당 시ㆍ도 관할의 시ㆍ군ㆍ자치구의 두배 수로 하고, 해당 시ㆍ도 관할의 시ㆍ군ㆍ구 주민 중 시ㆍ군ㆍ구 민회의원 경험이 있는 사람 각 2명씩을 추첨으로 선정한다. 예컨대, 서울특별시의 경우 25개 자치구가 있으므로 서울특별시 민회의원 수를 50명(25개 자치구×2)으로 하고, 25개 자치구 민 중 자치구 민회 의원 경험이 있는 사람 각 2명씩 추첨으로 50명을 선정하는 것이다. 단, 시ㆍ군ㆍ구 민회가 없는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민회의 의원 수는 해당 시ㆍ도 관할의 읍ㆍ면ㆍ동의 수로 하고, 해당 읍ㆍ면ㆍ동 주민 중 주민자치위원 경험이 있는 사람 각 1명씩 추첨으로 선정한다. 국가 민회의 의원 수는 미국 상원의 사례처럼 시ㆍ도의 인구 규모와 관계없이 시ㆍ도 별로 5명씩 할당하여 총 85명(17개 시ㆍ도×5)을 둔다. 의원 선정은 해당 시ㆍ도 주민 중에서 시ㆍ도 회의원 경험이 있는 사람 각 5명씩 선정한다. 예컨대, 서울특별시의 경우 서웉특별시민 중에서 추첨으로 5명을 선정한다. 민회 의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한다. 주민자치위원, 시ㆍ군ㆍ구 민회 의원, 시ㆍ도 민회 의원, 국가 민회 의원은 겸직할 수 없다. 이처럼 시ㆍ군ㆍ구 민회 의원은 주민자치위원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서, 시ㆍ도 민회 의원은 시ㆍ군ㆍ구 민회 의원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서, 국가 민회의원은 시ㆍ도 민회 의원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서 각각 선정하게 한다면 추첨으로 의원을 선발하더라도 단계별로 차근차근 경험을 쌓게 되므로 선거제 의원 못지않은 경륜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마을공화국의 경제적 기반, 마을기금 1. 국가균형발전 정책 사업과 마을기금 필자는 2018년 이래 읍ㆍ면ㆍ동 마을기금의 제도화를 주장하고 있다. 필자가 마을기금의 제도화를 주장할 때 드는 예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중앙정부가 지난 2019년 1월 29일 국가균형발전 정책 사업에 2022년까지 175조 원을 투입하기로 한 결정이다. 중앙정부가 무려 175조 원이나 되는 엄청난 돈을 투입하고 있으니 2022년 이후에는 수도권 쏠림 현상이 해소되고 전국이 고르게 발전하는 국가균형발전 시대가 열릴까 유감스럽게도 회의적이다. 오히려 토건업자의 배나 불리고 전국의 땅값만 들썩거리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가균형발전이 어렵다면 그래도 175조 원의 거금이 뿌려지는 것이니 읍ㆍ면ㆍ동 주민에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어떤 혜택이라도 생길까 잘 모르겠다. 국가균형발전 정책 사업에 투입되는 175조 원은 모두 국민의 혈세다. 엄청난 돈이 결국에는 혈세 낭비로 귀결될까 걱정이 크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필자는 미국의 경제학자 ‘엘리너 오스트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스트롬은 공동자원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을 해결하는 제3의 방법으로 공동체 구성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상호 감시와 상호 제재를 통한 지역공동체의 자치관리를 제시하고 그 ‘성공을 위한 8가지 설계원리’를 고안했다. 오스트롬은 공동자원의 관리는 국가의 관리나 시장 메커니즘보다는 지역공동체의 자율 관리가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점을 이론적·실증적으로 입증했다는 공로로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정부 예산은 국민의 공동자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나 시장이 아닌 읍ㆍ면ㆍ동 마을공동체가 8가지 설계원리와 같은 제도설계를 바탕으로 175조 원의 예산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며 국토균형발전을 추진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전국에는 약 3,500개의 읍ㆍ면ㆍ동이 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 사업에 투입되는 175조 원을 3,500개의 읍ㆍ면ㆍ동에 배분하면 읍ㆍ면ㆍ동마다 평균 500억 원의 마을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 만일 175조 원을 전국 읍ㆍ면ㆍ동에 적절하게 배분하여 주민이 공동소유하고 자주관리하는 마을기금을 조성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 마을기금의 개요 마을기금은 읍ㆍ면ㆍ동 주민이 총유적으로 소유하고 자주적으로 관리하는 주민 공동자산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마을기금의 대강은 이렇다. 먼저 ‘마을기금’의 소유 형태를 살펴본다. 소유권은 관리권·처분권·사용권·수익권으로 나뉜다. 마을기금의 소유권 중 관리권과 처분권은 주민 전체가 갖는다. 반면 사용권과 수익권은 주민 각자가 갖는다. 이러한 공동소유 형태를 법적으로는 '총유'라고 한다. 이처럼 마을기금을 마을주민의 총유자산으로 보게 되면 마을기금의 관리 및 처분에 관한 권한은 주민총회에서 행사하고, 각 주민은 정관 등이 정한 바에 따라 마을기금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예컨대, 마을기금이 건물 1동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그 건물의 관리 및 처분에 관한 사항은 주민총회에서 결정하고, 마을주민은 건물 중 필요한 부분을 정관의 규정에 따라 정당한 임대료를 내고 임차하여 사용하고 그 임대료 수입은 마을주민에게 1/n로 배당하는 것이다. 이 경우 주민들은 마을기금에 대해서 소유자 의식을 갖게 된다. 돈 가는데 마음 간다고 마을기금의 조성·운용에도 관심을 크게 갖고 참여할 것이다. 나아가 마을기금이 매년 불어나 수천억 원 이상 적립되는 경우에는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가난해도 그는 부자다. 수천억 원 재산의 공동소유자니까. 둘째, ‘마을기금’의 재원에 대하여 살펴본다. 마을기금의 주된 재원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이다. 물론 기부금 등도 재원이 될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마을기금마다 수백 억 원의 출연을 하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처음에는 주민참여예산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형태로 작은 규모로 시작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이 되면 점차 출연금을 늘리면 된다.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해지는 쪽으로 가는 것이다. 셋째, ‘마을기금’의 조직에 대하여 살펴본다. ‘마을기금’의 대표는 지역주민이 직접 선출한다. 그래야 대표가 지역 주민에게 책임을 지고 ‘마을기금’ 운용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마을기금’ 운용위원회는 15~35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절반 이상은 추첨 선발된 마을 주민으로 충원한다.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주민총회’에는 마을 주민 전부가 구성원으로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넷째, ‘마을기금’의 운용에 대하여 살펴본다. 마을기금이 조성되면 주민 스스로 그 기금을 활용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에 투자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마을기금으로 해당 읍ㆍ면ㆍ동의 부동산을 매입하여 공공임대주택을 조성해 집 없는 마을 주민들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임대한다. 그럼 주민들은 구태여 내 집 마련에 등골이 휠 이유가 없다. 또한 공공임대상가를 조성해 마을 상인들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임대한다. 그럼 마을 상인들은 임대료 인상이나 젠트리피케이션 걱정 없이 사업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마을 자영업자들에게 저리 신용대출 및 지분투자를 한다. 지분투자의 경우 마을기금이 배당 우선권을 갖되 마을 자영업자의 경영권은 보장한다. 법률·세무·노무·경영 등 전문 컨설팅도 지원한다. 이처럼 마을기금이 공공상가임대, 지분투자, 전문 컨설팅 등으로 지원한다면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에게 든든한 비빌언덕이 될 것이다.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마을에 적합한 재생에너지사업 등을 할 수도 있다. 마을기금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은 매년 지역 주민 전부에게 1/n씩 현금으로 배당한다. 읍ㆍ면ㆍ동 차원에서 기본소득이 시행되는 것이다. 그럼 마을 주민의 호주머니 사정도 좋아진다. 코로나19처럼 마을에 재난이 생기면 재난지원금으로 쓸 수도 있다. 다섯째, ‘마을기금’의 통제에 대하여 살펴본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는 법이다. 마을기금 역시 부패를 막으려면 통제가 필요하다. 마을기금의 일차적 통제는 ‘주민총회’가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칫 주민 다수의 횡포 내지 독재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 및 지자체의 보충적 통제가 있어야 한다. 특히 마을기금의 주된 재원은 국가 및 지자체의 출연금이므로 국가 및 지자체의 통제는 불가피하다고도 할 수 있다. 다만 국가 및 지자체가 통제를 빌미로 ‘마을기금’을 하부행정기관으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하게 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그 통제는 사전통제가 아니라 사후통제가 되어야 한다. 위와 같이 주민이 총유적으로 공동소유하고 자주관리하는 ‘마을기금’이 읍ㆍ면ㆍ동마다 설치·운용된다면 정부가 직접 돈을 푸는 것보다 훨씬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면서 풀뿌리민주주의 확대 및 주민들의 살림살이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또한 대한민국의 가장 큰 모순인 집중모순을 풀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3. 부동산 문제와 마을기금 ‘마을기금’은 경제 정의 실현에도 유용한 수단이다. 경제 정의의 핵심은 부동산 문제이고,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부동산 사유화에 있다. 따라서 경제 정의를 실현하는 정도는 부동산 공유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공유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부동산 국유화다. 하지만 필자는 부동산 국유화를 절대 반대한다. 부동산 국유화는 국가에 거의 무제한의 권력을 주기 때문이다. 국가를 장악한 소수의 중앙 엘리트가 국민을 총체적으로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로 가는 길을 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부동산 국유화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부동산 공유의 대안은 부동산 국유화가 아니라 마을기금을 통한 주민의 부동산 공동소유가 되어야 한다. 마을기금이 마을의 부동산을 매입하여 주민의 공동자산으로 만드는 것이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 경우 부동산 사유화로 인한 경제 정의 훼손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고 우리 모두가 고르게 잘 사는 세상은 성큼 다가올 것이다. 이처럼 마을기금은 증세도 필요 없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하지도 않으면서도 부동산 사유화로 훼손된 경제 정의를 회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다.
4. 마을기금과 사회적 자산화 마을기금은 최근에 논의되는 사회적 자산화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사회적 자산화는 아직은 그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부동산 급등으로 인한 양극화와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제기되는 것으로 지역 내 시민, 사회적 조직 또는 공동체가 공동으로 부동산 등 자산을 소유하는 형태의 자산화를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상 사회적 자산화를 다시 민간주도형 자산화와 민관협력형 자산화로 나눈다. 사회적 자산화를 추진하는 사례로는 민간주도형으로 ‘광진주민연대’, ‘해빗투게더 협동조합’, ‘공공그라운드’ 등을, 민관협력형으로는 ‘앤스페이스’, ‘빌드’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추진 중인 사회적 자산화는 재정주권의 실질화나 직접민주주의 실현과는 결을 달리하는 탓에 아쉬움이 있다. '마을기금’과 ‘사회적 자산화’의 가장 큰 차이는 해당 지역의 주민 전체를 공동자산 소유 주체로 요구하는지에 있다. 사회적 자산화는 지역의 주민 전부를 주체로 요구하지 않으므로 지역의 범위를 구태여 읍ㆍ면ㆍ동 이하로 한정할 이유가 없다. 기초자치단체의 범위는 물론 광역자치단체의 범위에서도 주민 중 일부가 의기투합하여 사회적 자산화를 추진할 수 있다. 또한 그 형태는 공공형이라기보다는 민간주도형이나 민관협력형이 된다. 반면 마을기금은 재정주권의 실질화 또는 직접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이념이 강하게 작용하므로 마을 주민 전부를 주체로 요구하게 되어 지역의 범위를 읍ㆍ면ㆍ동보다 더 넓게 잡기는 어렵다. 또한 ‘마을기금’의 재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 등 주로 공적자금에 의해 마련된다.
Ⅳ. 기본법안과 법률안 검토 이번에 발의된 기본법안과 법률안은 둘 다 그 내용이 서울민회의 「주민자치기본법안」에 비하면 미흡하기는 하다. 그럼에도 두 법안 모두 주민자치권 강화를 위한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에 기본법안과 법률안의 주요 내용을 간단히 살펴본다. 1. 기본법안의 주요 내용 ① 이 법은 주민이 풀뿌리자치 활성화를 위하여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설치·운영하기 위한 기본 사항과 지원체계를 규정함으로써 마을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 활동을 통해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안 제1조). ② 주민이란 지역사회 문제해결의 주체로서, 「주민등록법」(거주자), 출입국관리법(외국인) 등의 거주지 관련 법적 요건 충족자와 해당 행정구역 내 주소지를 가진 기관이나 사업체에 근무하는 사람, 학교에 소속된 학생과 교직원을 포함함으로써, 지역주체의 다양성을 확보한다(안 제3조 및 제7조). ③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풀뿌리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지원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하며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안 제4조). ④ 주민과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 실현과 확산을 위하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적극적 협력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안 제5조). ⑤ 주민의 공적 참여 권한 부여의 중심조직으로서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를 규정한다(안 제9조부터 제15조까지). ⅰ.공적 참여의 주요사항을 결정하는 주민의 대표 의사결정체로 ‘주민총회’를 규정하여 공공성을 확보하고 주요 결정권을 행사하게 한다. ⅱ.주민총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상시 집행기구로서 주민자치회를 규정하고 자치규약에 따른 기능을 수행하게 함. 하위기구로 통·리, 공동주택단지 등 읍·면·동 이하 생활권 단위에 ‘분회’를, 교통, 환경, 아동, 주거, 안전, 복지 등 지역 이슈별로 ‘분과’를 두어 주민참여의 다양성을 확보한다. ⅲ.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회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해야 하고, 주민자치회는 기부금을 받을 수 있으며, 설립 목적 범위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음. 또한 목적에 따른 사무 및 사업을 위하여 재산 및 시설을 보유하고 운영할 수 있다. ⅳ.주민자치회는 해당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사무국을 두며 적정인력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른 사무국의 직원은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해 지방공무원으로 보한다. ⑥ 읍·면·동 주민자치계획 및 시행계획을 수립한다(안 제16조 및 제17조). ⅰ.주민자치회는 풀뿌리자치 향상과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 읍·면·동 주민자치계획을 수립하고 주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ⅱ.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자치계획과 시행계획을 내용을 법에 명시한 법령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⑦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5년마다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위한 종합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하며, 주민자치회 정책 개발·실행을 위한 전담부서와 전문지원기관 운영 및 공무원과 민간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을 운영하는 등의 지원을 적극 시행하여야 한다(안 제18조부터 제20조까지). ⑧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국유·공유 재산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주민자치회에 우선 매각하거나 무상으로 대여·사용하게 하는 등 국공유재산 활용에 특례를 규정한다(안 제21조).
2. 법률안의 주요 내용 ① 주민들이 주민자치회를 설치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분권을 하고 자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을 이 법의 목적으로 함(안 제1조). ② 주민자치회에서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사람을 회원이라 하며, 세대별 대표자 1인을 원칙으로 함(안 제2조). ③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민자치회를 설치하며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은 할 수 있도록 하되 간섭하지 않도록 함(안 제3조). ④ 주민자치회가 원하는 경우 법인으로 할 수 있도록 함(안 제6조제3항). ⑤ 주민세 전체를 해당 주민자치회에 지원하도록 함(안 제14조제1항). ⑥ 주민자치회는 회비, 기부금, 보조금 등을 받을 수 있으며 설립목적 범위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함(안 제14조제2항).
3. 기본법안과 법률안의 기본적 차이 기본법안과 법률안의 기본적인 차이는 기본법안은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를 분리하고 주민자치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강조하는 반면, 법률안은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를 통합하며 주민자치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종속화를 방지하기 위해 주민자치회의 자율성과 자발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두 법안의 구체적 차이점을 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다른데 여기서는 모든 차이점을 세세하게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ⅰ) 마을기금 관련 규정, ⅱ)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 관계, ⅲ) 주민자치회의 구성과 회원, ⅳ) 행정사무의 위임ㆍ위탁, ⅴ)전문지원기관과 주민자치협의체의 다섯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두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고 필자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4. ‘마을기금’ 관련 규정 현행법제에서는 ‘마을기금’을 설치ㆍ운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읍ㆍ면ㆍ동 단위에서는 주민 총유적으로 마을기금을 설치ㆍ운용할 수 있는 법적 주체를 생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에 마을기금을 설치ㆍ운용한다면 그 법적 주체는 주민자치회가 되어야 할 것이나 현행법상 주민자치회는 법인이 아님은 분명하다. 또한 비법인사단인지 여부도 불명확하다. 하부행정기관으로 볼 여지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주민자치회에 법인격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자체적으로는 재산 및 시설을 보유하고 운영할 수 없고, 기부금을 받거나 수익사업을 할 수도 없으며, 별도의 법인을 설치하여 운영할 수도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역시 주민자치회에 출연할 수 없다. 결국 현행법상으로는 주민자치회가 주민 총유적으로 ‘마을기금’을 설치ㆍ운용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법안의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어 읍ㆍ면ㆍ동 단위에서도 주민자치회가 주도적으로 마을기금을 설치ㆍ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선 포괄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자치회에 대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 의무(안 4조 2항)를 규정하고, 국가의 경우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를 활용한 재정적 지원(안 18조 1항 4호), 주민자치회 및 주민자치 활성화에 기여하는 법인에 대한 출자ㆍ출연(안 18조 1항 4호),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주민세와 주민참여예산 등을 활용한 특별회계의 구성(안 18조 2항 7호), 주민자치회 및 읍ㆍ면ㆍ동 주민자치 활성화에 기여하는 법인에 대한 출자ㆍ출연(안 18조 2항 11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주민자치회를 법인으로 하고(안 10조 1항), 주민자치회는 특수목적법인을 설치 및 운영할 수 있고(안 10조 3항 5호), 특수목적법인 등에 대한 출자ㆍ출연을 할 수 있으며(안 10조 3항 6호), 기부금을 받고 수익사업을 할 수 있고(안 13조 3항), 재산 및 시설을 보유하고 운영할 수 있으며(연 14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국ㆍ공유 재산을 우선 매수하거나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안 21조 1항). 따라서 기본법안이 제정된다면 주민자치회는 특수목적법인 형태로 ‘마을기금’을 설치ㆍ운용할 수 있다. 또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 기부금, 수익사업 등으로 ‘마을기금’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나아가 부동산 매수나 임차, 국ㆍ공유 부동산을 활용해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주택임대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다. 그 경우 우리나라는 ‘마을기금’을 통해 국가균형발전, 풀뿌리민주주의 확대, 주민 살림살이 향상, 경제정의 실현이라는 네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집중모순을 해결하여 우리나라를 참다운 민주공화국으로 만드는 데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본법안의 규정만으로는 이상적인 형태의 ‘마을기금’을 만들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3ㆍ1민회가 마련한 「주민자치기본법안」 중 주민기금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제3장 주민기금 제25조 (주민기금의 설치 및 운용ㆍ관리) ① 주민정부는 주민기금을 설치할 수 있다. ② 주민정부는 제1항에 따른 주민기금을 운용ㆍ관리한다. 제26조 (주민기금에 대한 주민의 권리) ① 주민은 총유에 준하여 주민기금을 공동소유하며 주민기금의 정관 기타 규약에 따라 제28조 제1항에서 정하는 사업을 사용ㆍ수익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주민의 권리는 그 주민기금이 설치된 읍ㆍ면ㆍ동의 주민 지위를 취득상실함으로써 취득상실된다. 다만 주민기금의 정관 기타 규약으로 제28조 제1항에서 정하는 사업에 대한 수익권의 취득 시기를 1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유예할 수 있다. 제27조 (주민기금의 재원) 주민기금은 다음 각 호의 재원으로 조성한다. 1.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 2. 다른 기금으로부터의 출연금 3. 정부 외의 자가 출연 또는 기부하는 현금, 물품, 그 밖의 재산 4. 기금운용수익금 5. 그 밖에 주민정부의 규정으로 정하는 재원 제28조(주민기금의 용도) ① 주민기금은 다음 각호에서 정하는 사업에 사용한다. 1. 주민의 복리 증진을 위한 사업 2. 주민의 자치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 3.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사업 4. 주거안정 등을 위한 부동산 임대사업 5. 기금의 운용ㆍ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비 6. 그 밖에 주민정부에서 필요하다고 결정하는 사업 ② 주민기금은 목적 외로 사용할 수 없다. 제29조 (주민기금의 운용 등) ① 주민기금은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②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제5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주민정부는 제27조의 주민기금 재원 마련을 위해 기부금품을 모집하거나 접수할 수 있다. ③ 그 밖에 주민기금의 운용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30조 (주민정부의 국유·공유 재산 활용)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정부가 그 사무 수행 등을 위하여 국유ㆍ공유 재산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주민정부에 우선 매각하거나 무상으로 대여·사용하게 할 수 있다. ② 주민정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조성하거나 취득한 부동산 자산의 소유권 등기를 부기등기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③ 제2항에 따른 부기등기의 방법ㆍ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31조 (주민기금의 부동산 매수 등 제한) 주민기금은 해당 읍ㆍ면ㆍ동 밖에 위치하는 부동산을 매수·임차·사용하지 못한다. 제32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주민기금의 활성화 및 지역간 균등 성장 및 불균등 해소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반면, 법률안은 마을기금과 관련해서는, 주민세 지원 및 회비, 기부금, 보조금 등을 받을 수 있는 점(안 14조), 재산 및 시설을 보유하고 운영할 수 있는 점(연 15조) 등 정도의 규정만을 두고 있다. 따라서 법률안대로 제정된다면 마을기금의 설치 및 운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 관계 기본법안은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를 별도의 기구로 규정하고 있다. 즉 주민총회는 읍ㆍ면ㆍ동 주민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안 제3조 제4호) 주민자치회의 각종 결정을 승인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하며(안 제9조 제5항), 주민자치회란 읍ㆍ면ㆍ동 주민으로 구성되어 지역사회 문제해결 및 지역발전을 위한 풀뿌리자치 활성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집행기구로서(안 제3호 제3호) 주민자치 사무 전반에 관한 사항을 관장한다(안 제10조 제3항). 주민총회는 그 법적 성격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반면, 주민자치회는 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주민자치회가 주민을 구성원으로 하는 법인이라면 민주주의 원칙상 주민자치회 내에서도 구성원인 주민의 총의를 반영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총회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총회가 사실상 주민총회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기본법안처럼 주민자치회와는 별도의 기구로 주민총회를 둔다면 기능의 중복 등으로 혼선을 빚게 될 것이고 자칫 주민총회가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주민총회가 주민자치회의 총회가 아니라 읍ㆍ면ㆍ동총회라는 것은 해괴한 발상이며 주민자치회 조직의 중추요 필수인 주민총회를 주민자치회와 분리하는 것은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를 모두 기형적인 조직으로 만들어 주민자치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따라서 주민총회를 주민자치회와 별도의 기구가 아닌 주민자치회의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법률안은 주민총회를 주민자치회의 최고의결기구로 규정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안 제2조 제4호). 이 경우 주민총회의 정족수가 문제된다. 법률안은 주민자치회 창립총회의 경우 전체 회원의 과반수 이상의 참가와 참가 인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고 있는데(안 제5조 제1항) 현실적으로 창립총회에 주민자치회의 회원인 읍ㆍ면ㆍ동 주민 과반수 이상의 출석을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한편 법률안은 창립총회 이후 구성되는 주민총회의 정족수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법률로는 의사 정족수에 대한 최소 기준(예컨대 선거권자 주민 1%이상)만 정하고 구체적인 정족수는 자치규약에서 정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6. 주민자치회의 구성과 회원 (1) 주민자치회의 구성 기본안에 의하면 주민자치회는 주민으로 구성하며 법인으로 한다(안 10조 1항).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법률의 규정에 의해 당연히 설치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읍ㆍ면ㆍ동 주민이 주민자치회를 구성해야 설치된다. 이 경우 주민자치회를 구성하기 위한 기준과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가 문제된다. 예컨대 주민이 해당 읍ㆍ면ㆍ동에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려고 한다면 그 기준과 관련하여서는 소수의 주민만으로도 가능한지, 아니면 주민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요하는지, 아니면 주민 전원의 동의를 요하는지 등이 문제되며, 그 절차와 관련하여서는 각종의 법인 설립절차 중 하나에 의해 구성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자치헌장인 Home rule과 같은 절차를 거쳐 구성할 것인지 등이 문제된다. 따라서 기본법안에는 주민자치회 구성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최소한이나마 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기본법안은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은 채 조례와 자치규약에 백지위임하고 있다.(안 11조 5호) 하지만 이처럼 기본법안에서 주민자치회 구성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도조례에 백지위임할 경우 읍ㆍ면ㆍ동 내 소수 주민이 도지사와 결탁하여 주민자치회를 일방적으로 구성하여 폐쇄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따라서 기본법안에 주민자치회의 구성에 대한 기본적인 요건과 절차를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경우 주민자치회가 주민대표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그 구성과 절차를 규정해야 할 것이다. 반면 법률안은 주민자치회의 구성과 절차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안 제4조 내지 제8조). 하지만 해당 지역과 주민들을 대표하는 지위를 갖는 주민자치회에 걸맞는 구성과 절차인지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2) 주민자치회의 회원 주민자치회의 회원 문제는 주민자치회 구성과 관련된 문제이기는 하나 또 다른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기본법안은 주민자치회는 주민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안 10조 1항). 따라서 주민은 주민자치회의 구성원인 회원이 된다. 그 경우 주민자치회 회원의 범위가 문제된다. 만일 참여를 원하는 주민만 회원으로 하는 경우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아닌 주민은 주민자치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 더욱이 주민자치회에서 회원 가입 조건을 달아 진입장벽을 만든다면 헌법상의 평등원칙 위반 문제도 발생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풀뿌리자치 활성화라는 주민자치회의 취지에 비춰볼 때 해당 읍ㆍ면ㆍ동 주민 모두가 당연히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되어야 하고 이를 명문으로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 하지만 주민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당연하게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 해당 읍ㆍ면ㆍ동 주민이 당연히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점에 대한 정당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방안 중 하나는 주민자치회의 구성절차 중 해당 읍ㆍ면ㆍ동 주민투표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그 경우 주민 전부가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될 수 있는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법률안 역시 주민자치회 회원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다만 제7조 제6호에서 ‘주민자치회 회원자격과 구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제10조에서 회원명부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해당 지역 주민 모두가 당연히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따라서 기본안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마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7. 행정사무의 위임ㆍ위탁 기본법안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회로의 행정사무 위임ㆍ위탁 사항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안 제18조 제2항 제3호). 기본법안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중 읍ㆍ면ㆍ동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는 주민자치회가 행정사무 위임ㆍ위탁 형태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상적인 형태로는 주민자치회가 읍ㆍ면ㆍ동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를 위임ㆍ위탁이 아닌 고유한 자치사무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한 술밥에 배부를 수 없는 일이니 일단 위임ㆍ위탁 형태로 규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본다. 이와 관련하여 읍ㆍ면ㆍ동 사무의 이원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현행 읍ㆍ면ㆍ동의 행정기능 중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가 아닌 사무는 읍ㆍ면ㆍ동장이 담당하고, 그렇지 아니한 사무, 즉 현행 읍ㆍ면ㆍ동의 행정기능 중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는 주민자치회가 담당하는 것이다. 나아가 보충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중 현행 읍ㆍ면ㆍ동의 행정기능에 속하지 않지만 읍ㆍ면ㆍ동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는 원칙적으로 주민자치회에게 위임ㆍ위탁하고, 주민자치회가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지방자치단체가 보충적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주민자치회장은 강화된 주민자치회 권한과 함께 위임ㆍ위탁 사무도 관장하게 되어 읍ㆍ면ㆍ동장을 능가하는 권한과 지위를 갖게 되므로 그 선출에 있어 주민 직선 등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법률안은 주민자치회에 대한 행정사무의 위임ㆍ위탁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이는 주민자치회의 자율성과 비정부 조직(NGO)의 성격을 강조한 탓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풀뿌리자치 실현 차원에서 볼 때 현행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중에는 주민자치회가 스스로 처리해야 할 사무가 상당히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그런 사무를 아예 주민자치회의 자치사무로 규정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기본법안처럼 위임ㆍ위탁 사무의 형태로라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8. 전문지원기관과 주민자치 협의체 기본법안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 활동 전반을 행정적ㆍ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전문지원기관을 운영하거나, 주민자치와 관련된 기관, 법인 또는 단체를 전문지정기관으로 지정ㆍ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안 19조 1항). 또한 전문지원기관의 지정 절차, 사무의 범위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안 19조 3항). 그러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전문지원기관은 자치 잘못하면 주민자치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자치를 지도ㆍ통제하는 기관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주민자치는 고난도의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전문지원기관은 필요 없으며 그럼에도 국가가 종합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전문지원기관을 운영하는 등 주민자치의 주체가 된다면 주민자치에서 주민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법률안은 전문지원기관에 관한 규정을 아예 두고 있지 않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회를 지원할 수 있으나 어떠한 형태로도 주민자치회에 간섭할 수 없다고 하여(안 제3조 제3항) 주민자치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종속가능성 방지에 역점을 두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점은 바람직하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일체 불간섭은 무리한 요구가 아닌가 싶다. 차라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자치회 간에 명확한 사무 배분의 문제로 풀어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주민자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면 전문지원기관을 별도로 둘 필요 없이 주민자치회의 연대기구인 주민자치회 협의체가 그 역할을 맡으면 된다. 한편, 기본법안은 주민자치회의 협의체로 시ㆍ군ㆍ구 주민자치회 협의체만을 구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안 15조) 시ㆍ군ㆍ구 주민자치회 협의체로 한정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시ㆍ도 주민자치회 협의체, 전국 주민자치회 협의체도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법률안은 시ㆍ군ㆍ구, 시ㆍ도, 전국에 협의체를 둘 수 있다고 하여(16조 제2항) 기본법안보다는 진일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의 영글랜드 지방의 지역의회 전국협의회(NALC)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영국의 풀뿌리자치 조직으로는 우리나라 주민자치회와 유사한 주민대표기관으로 지역의회(local council)를 들 수 있다. 지역의회는 우리나라의 읍ㆍ면ㆍ동 또는 리에 해당하는 타운(town), 커뮤니티(community), 패리쉬(parish) 등에 구성ㆍ운영되고 있는 주민의회를 통칭하는 말이다. 영국의 잉글랜드 지방을 보면 약 10,000개의 지역의회가 있고, 약 100,000명의 의원이 지역의회에서 봉사하고 있다. 지역의회는 풀뿌리자치 활동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 우리나라의 광역자치단체인 시ㆍ도에 해당하는 카운티 단위와 잉글랜드 지방 전체를 포괄하는 전국 단위인 2단계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즉 카운티 단위로는 해당 카운티에 속하는 지역의회를 회원으로 하는 41개의 지역의회 카운티협의회(County associations of Local Councils, CALC)가 있고, 전국 단위로는 잉글랜드의 지역의회들과 41개의 CALC를 회원으로 하는 지역의회 전국협의회(National Association of Local Councils, NALC)가 있다. 이하 NALC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NALC는 지역의회 및 CALC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주민자치 관련 이슈 캠페인 및 관련 기관 로비, 법률ㆍ회계ㆍ경영 자문, 조언, 보험 및 보상, 전국대회 주관 및 교육 지원, 출판, 미디어 대응 지원, 지역의회 창설 지원, 지역의회 및 CALC 홍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의 경우 지역의회 협의체인 NALC는 기본법안이 규정하고 있는 전문지원기관 이상으로 지역의회의 활동 전반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NALC의 구조가 민주적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NALC의 조직으로는 최고기관인 전국민회(National Assembly)와 각종 위원회(committees), 사무국(team)이 있다. 전국민회는 각 CALC에서 1명씩 선출한 지역의회 의원으로 구성되며 현재 모두 41명의 의원이 있다. 전국민회는 각종 위원회의 위원을 임명하고 NALC의 업무 전반을 관장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시ㆍ군ㆍ구 주민자치회 협의체는 시ㆍ군ㆍ구 추첨민회로, 시ㆍ도 주민자치회 협의체는 시ㆍ도 추첨민회로, 전국 주민자치회 협의체는 전국 추첨민회로 각각 발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의체를 구성ㆍ운영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Ⅴ. 마치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의 국회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기본법안과 법률안은 부족하나마 마을공화국의 맹아적 모습을 담고 있다. 따라서 두 법안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모순인 집중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한편 앞서 살펴본 바처럼 기본법안과 법률안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단점은 버리고 장점은 취함으로써 보다 바람직한 통합법안이 입법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필자는 그런 통합법안의 내용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제시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첫째, 기본법안이 규정한 마을기금 관련 조항은 3ㆍ1민회가 마련한 「주민자치기본법안」 중 주민기금 부분을 참조하여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는 통합되어야 한다. 즉 주민총회는 주민자치회의 최고의결기관이 되어야 한다. 셋째, 주민자치회의 구성에 대한 기본적인 요건과 절차를 규정해야 한다. 넷째, 주민자치회 관할 지역 주민 모두가 당연히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되어야 한다. 다섯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중 읍ㆍ면ㆍ동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는 원칙적으로 주민자치회로 위임ㆍ위탁하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주민자치회의 활동에 대한 지원은 전문지원기관보다는 주민자치회의 연대기구인 주민자치회 협의체가 맡는 것이 타당하다. 주민자치회 협의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해서는 영국 모델을 참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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