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고사 위기’, 영화인 581명 및 13개 단체 긴급 기자회견... “대기업 수직계열화가 근본 원인”
2026년 4월 9일, 한국 영화 산업이 전례 없는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는 영화계의 절박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영화 단체와 관계자들은 현재 상황을 1990년대 후반 홍콩 영화 산업의 몰락에 비유하며, 정부의 즉각적이고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 20년 전보다 못한 관객 수... 한국 영화만 유독 회복 못 하는 이유
이날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2026년 한국 영화 산업의 위기와 대책’ 기자회견에서 정책제안자 일동은 2025년 기준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상업 영화 개봉 편수가 30편에도 못 미쳤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100편 이상이 제작되던 2019년 까지의 르네상스 시기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특히 한국 영화의 회복력은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진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약 2억 3천만 명이었던 국내 관객 수는 2025년 말 기준 1억 6백만 명으로, 당시의 46% 수준에 그쳤다. 반면 프랑스는 2024년 이미 85%를 회복했고, 일본은 2025년 기준 100%를 상회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 “범인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대기업 독과점과 수직계열화 정조준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러한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취약한 산업 구조’를 지목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공세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국내 3대 극장 체인의 독과점과 제작·배급·상영을 한 몸에 거느린 ‘수직계열화’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대형 극장들이 흥행하는 한두 영화에 좌석을 몰아주는 관행이 영화의 극장 체류 시간을 극도로 단축시켰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2025년 말에는 단 두 편의 영화가 전체 좌석의 85%를 차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로 인해 극장에서 조기 종영된 영화들이 곧바로 IPTV나 OTT로 넘어가면서, 관객들이 굳이 극장을 찾을 이유가 사라졌고 이는 결국 ‘극장 산업의 자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정책 제안: ‘스크린 상한제’ 도입과 ‘대형 펀드’ 조성
영화계는 위기 타개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으로 크게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스크린 집중 제한 제도(스크린 상한제)의 즉시 도입이다. 특정 영화에 대한 좌석 몰아주기를 규제해 영화의 상영 기간을 확보하고, 무너진 홀드백(플랫폼 간 개봉 간격)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 지원이다. 상업 영화 평균 제작비가 100억 원을 넘어서는 현실을 반영해, 1,000억 원대의 대형 펀드 2개 이상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150조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활용과 출자 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 혜택 부여를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 김승범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대표 등 주요 영화인들이 참석했으며, 정책제안에는 13개 영화인 단체와 봉준호 감독, 배우 박중훈, 문소리 등 581명의 영화인이 서명에 동참했다.
정책제안자 일동은 “한류의 시발점이었던 한국 영화 산업이 절벽 끝에 내몰렸다”며 “정부와 국회는 영화 산업이 다시 K-컬처 확산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절박한 제안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직접민주주의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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