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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도 수배도 투옥도 없는 곳으로 편히 가시오

[추모시]故조성우 대표님의 평안한 영면을 기원하며

정해랑 | 기사입력 2025/02/04 [14:55]

고문도 수배도 투옥도 없는 곳으로 편히 가시오

[추모시]故조성우 대표님의 평안한 영면을 기원하며

정해랑 | 입력 : 2025/02/04 [14:55]

성우형

아주 오래 전

우리가 걸음마를 하며

유신철폐를 말할 때부터

형은 우리의 전설이었소

유신독재가 불러주는 대로 판결을 하던

그 역겨운 유신의 사법부가

사법살인을 자행하던 바로 그 해에

노여움으로 법정에 침을 뱉던

범접하기 어려운 영웅이었소

 

누구보다 앞장서고 누구보다 치열했던

그 기개와 깡다구 때문에

형은 그 누구보다 독재정권에 찍혀

모진 고문과 수배 투옥으로 평생을

비바람 서릿발 맞으며 보내야 했소

하지만 형은 뒤를 돌아볼 때마다

여기까지 온 것도 정녕 용하다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짓던 혁명적 낙관주의가

몸에 밴 분이셨소

 

성우형

반평생 달려온 민주화운동이

민주주의운동으로 더한층 고양될 때

형은 우리의 운동은 통일운동으로

평화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판단하였소

민족의 자주를 위해 깃발을 높이 들면서도

우리의 운동은 누구를 반대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주권을 세우기 위함이라 주장하고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서운함은

조금도 내비치지 않은 채

넓게 넓게 우리의 연대를 크게 하려 하였소

 

형은 언제나 앞장섰고

어느것 하나 지나치려 하지 않아서

유명을 달리하는 그 순간까지도 현역이었소

많은 선배들이 세상을 떴고

그 중 일부는 마음까지 팔았으며

하루가 다르게 무뎌지는 동료들과

심지어 후배까지도 멀어져 가면서

십 년 이십년 아래 후배들과도 어우러져야 하는

현실이 형에게 짐이 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다시는 독재가 발디딜 곳 없는 세상

평화가 확고하게 정착되는 나라

진보정치가 뿌리내리는 사회를 위해

갑진년 추운 겨울에도 집회장을 다니면서

밑그림을 그리며 늘 아쉬워하던 성우형

이제 고문도 수배도 투옥도 없고

평안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마음 편히 가시오

미욱한 후배들이 못 미덥더라도

이제 뒤도 돌아보지 말고 어여 어여 가시오

모자라도 형의 그 큰 뜻을 조금이라도

이루려는 후배들 믿고 마음 편히 잠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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